서울 성북구는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입니다. 성북동 마을은 고택과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북악산 숙정문부터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상허 이태준 가옥, 길상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성북구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장소들을 탐방해보세요.
북악산 숙정문 - 서울의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곳
북악산 동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숙정문은 서울 성곽의 북대문으로,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태조 5년(1396)에 처음 완공된 숙정문은 원래 지금의 위치보다 서쪽에 있었으나, 연산군 10년(1504)에 성곽을 보수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습니다. 숙정문은 다른 성문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서울성곽의 동서남북 4대 문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평소에는 비상시에만 사용하도록 닫아두었기 때문에, 숙정문을 통과하는 큰길은 따로 나 있지 않습니다. 1976년 북악산 일대의 성곽이 복원되면서 문루가 세워졌고, '숙정문'이라는 편액이 달렸습니다. 이곳은 서울의 역사적 유산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서울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입니다.
만해 한용운 심우장 - 독립운동가의 삶이 깃든 역사적 공간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거주했던 심우장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자,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시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이 집은 소박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쪽으로 난 대문을 통해 들어서면 북쪽을 향해 있는 기와집 심우장과 함께 양옥의 관리사, 그리고 만해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우장은 5칸 규모의 작은 집으로, 가운데 대칭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온돌방, 오른쪽에는 부엌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부엌 뒤에는 식사 준비를 위한 천마루방이 있으며, 이곳에서 만해 선생의 일상이 엿보입니다. 특히, 그의 서재였던 온돌방에는 "심우장"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근대 서화가 위창 오세창이 쓴 것으로, 불교 설화에서 깨우침을 찾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이름입니다.
심우장이 위치한 성북동 일대는 1930년대 서울의 확장과 함께 주거지로 개발된 지역이지만, 심우장은 당시의 다른 집들과는 달리 검소하고 소박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한용운 선생은 조선 불교 개혁에 힘썼던 승려이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며, 근대 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만년을 보낸 이곳 심우장은, 그가 남긴 역사적 업적과 정신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상허 이태준 가옥(수연산방) - 문학과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
상허 이태준 가옥, 또는 수연산방은 한국 문학의 거장 상허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며 다수의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입니다. 이태준은 이곳에서 "달밤," "돌다리," "코스모스 피는 정원," "황진이," "왕자 호동" 등 여러 명작을 완성하며 문학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그의 수필 무서록에는 이 집을 짓게 된 과정과 집터의 내력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태준 가옥은 건물 중앙에 위치한 대청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건넌방, 오른쪽에는 안방이 자리한 T자형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아담하면서도 화려한 한국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특히, 안방 앞에 놓인 누마루는 작은 규모의 집에서는 보기 드문 섬세하고 화려한 요소로, 사랑방의 기능을 안채에 집약시킨 독특한 공간 구성을 자랑합니다. 또한, 건넌방 앞의 툇마루는 바닥을 약간 높게 설계하고 아(亞)자 모양의 난간을 둘러, 공간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가옥은 1977년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이태준 선생의 외 종손녀가 당호인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으로 전통 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문학적 역사와 한국 전통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가옥을 방문하려면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하차한 후, 2112번 또는 1111번 버스를 타고 '이태준가옥'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길상사 - 도심 속에서 만나는 평화와 종교 화합의 상징
서울 성북동 중턱에 위치한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고급 요정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사찰입니다. 이곳은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길상화 김영한 님이 당시 시가 1000억 원에 달하는 대지와 건물을 시주하면서 1997년에 개원하였습니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길상사는 사찰 체험, 불교 체험, 수련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심 속 문화 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길상사 내부에는 대중들이 정진할 수 있는 수행 공간인 ‘길상선원’과 ‘침묵의 집’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길상선원은 일반인을 위한 상설 시민선방으로, 방부가 허락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반면, ‘침묵의 집’은 참선뿐만 아니라 음악 명상 등을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정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누구나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곳은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스님의 가르침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길상사는 종교 간 화합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개원법회 때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했으며, 2005년 부처님 오신 날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수녀들을 초대해 불교와 천주교가 함께하는 ‘길상 음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한,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교수가 조각한 관세음 보살상과 기독교 신자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기증한 7층 석탑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종교적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길상사는 서울 도심 속에서 종교와 문화, 평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소입니다.
마치며
성북구 성북동은 서울 속에서 역사와 문화, 예술이 살아 숨쉬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북악산 숙정문에서 시작해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상허 이태준 가옥, 그리고 길상사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서울 여행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각 장소들이 지닌 깊은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통해, 성북구의 매력을 깊이 느껴보세요. 성북동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이곳에 깃든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나보는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